1. 모호한 법조항의 해석 문제
중대재해처벌법은 추상적 표현이 많아 실무상 해석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. 대표적으로 ‘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’ 의무는 그 범위와 수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, 기업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 불명확합니다.
사례: 2022년 A건설사의 추락사고 사건에서는 외부 안전점검과 정기 내부 점검을 시행했음에도, 실효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대표이사가 기소되었습니다.
개선 방향:
- 정부는 산업별·규모별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체적 기준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공해야 합니다.
- ‘구축’ 의무의 기준을 계량화(예: 연 2회 정기 위험성 평가, 안전보건 회의록 유지)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.
2. 형사처벌의 과도성
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, 대표이사가 모든 사고의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.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없었던 경우에도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어, 기업 경영 위축을 불러오고 있습니다.
문제점:
-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별도로 두고 있어도, 이들이 행한 조치가 미흡하면 최고경영자가 기소될 수 있음.
개선 방향:
- 미국 OSHA처럼 ‘선의의 노력(Good Faith Effort)’을 입증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면제 또는 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.
- 기업의 내부 자율안전제도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법 준수 유도를 강화해야 합니다.
3. 다단계 고용구조와 책임 범위
도급 및 하청 구조가 일반화된 산업에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 재해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입니다. 하지만 현실적으로 원청이 하청의 작업 환경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.
사례: B제철소의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에서, 하청업체는 자체 안전관리 시스템이 있었음에도, 원청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었습니다.
개선 방향:
- 원·하청 간 안전관리 의무의 범위를 명확히 나누고, 공동 책임 영역에 대해 정부 표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.
- 협력업체와의 계약 시 안전관리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.
4. 중소기업의 현실적 한계
상시근로자 5인 이상이면 법 적용 대상이 되며, 이는 중소기업에도 중대한 부담을 줍니다. 인력·자금·정보가 부족한 기업은 체계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입니다.
문제점:
- 법률 및 기술적 대응 능력이 부족해 형식적 대응에 그치고 있음.
개선 방향:
- 정부 차원의 무상 컨설팅, 위험성 평가 교육 및 샘플 매뉴얼 제공 확대.
- KOSHA(산업안전보건공단)의 전문인력 파견제도 활성화.
- '위험성평가 인증기업' 등에 세제 혜택이나 입찰 가점 부여.
5. 중복 규제와 법령 충돌
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, 화학물질관리법, 건설기술진흥법 등 여러 법률이 병존하며, 사고 발생 시 중복된 규제가 동시에 작용합니다.
문제점:
- 동일 사고에 대해 복수 법령이 적용되어 기업의 법적 리스크와 행정 부담이 가중됨.
개선 방향:
- 관련 법령 간 상충되는 조항 정비 및 명확한 주관기관 지정.
- “통합안전관리법” 제정 또는 산안법 중심으로 법체계를 단순화하는 입법 전략이 필요합니다.
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처벌법이 아니라, 기업의 안전경영을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입니다. 그러나 법률의 모호성과 실무 적용의 어려움은 여전히 기업의 큰 부담입니다. 법률 자체의 정비와 더불어, 실무적으로 명확한 기준과 지원 시스템이 갖춰질 때, 진정한 안전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.
기업은 법을 두려워하기보다, 스스로의 조직 내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‘예방 중심’의 전략이 필요합니다. 이것이 곧 중대재해처벌법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입니다.